국비학원이 개강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9월 초에 시작되었던 과정인데, 벌써 12월이라는게 새삼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 놀랍다.
국비학원 진행이 50% 이상 진행된 지금의 시점에서 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한 부분을 정리해보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쓰는 글이기 때문에(나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타입이다) 국비학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국비학원을 알아보시는 분이나 국비학원 생각을 가지신 분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냥 가볍게 '이런 사람은 이렇게 느끼는구나' 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학원에서는 어떤걸 했어?
초반 한달 가량은 자바를 배웠다. 그리고 그 다음 한달정도는 데이터베이스와 html, css, javascript 같은 것들을 배웠다. 이후 2주 정도 jsp와 servlet을 배운 후, 2주 전부터 스프링과 mybatis 그리고 jpa를 배우고 있다.
현재는 스프링과 jpa를 연결해서 웹과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통합 구동하는 수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게시판을 만들거나 로그인을 하는 기능을 연습하는 등 스프링 측면에서는 mvc 패턴을, jpa(혹은 mybatis) 측면에서는 db와 관련된 crud를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학원 수업은 대체로 강사님이 오늘 배울 내용에 따라 코드를 작성하시면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따라 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반에 자바를 배울 때는 아무래도 이론적인 부분이 중요하니 개념을 차근차근 배우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철저하게 기능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둔 그런 수업을 하고 있다. 때문에 초반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했던 학생들은 따로 시간을 두고 자바나 데이터베이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강사님이 작성하시는 로직을 이해하기 힘든 그런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국비학원의 특성상 배우는 내용이 상당히 방대한데 시간은 6개월 이내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업이 어쩔 수 없이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 단순히 자바 문법을 배우거나 데이터베이스의 sql을 배울 때는 그러한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스프링 프레임워크나 jpa와 같이 덩치가 큰 기술들을 배우는 지금은 이러한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국비과정 초반에도 혼자 하는 공부의 중요성이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교육과정이 다루는 기술들의 무게가 묵직해지는 지금 시점에는 학원 수업 외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다른 국비학원 중 팀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학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원은 팀프로젝트를 하지 않는다. 개인 프로젝트를 최종 프로젝트로 제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는 학원 차원에서의 아무런 프로젝트도 진행하지 않았고, 다다음주중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학원 진행간 느낀 점 /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선,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반드시 학원 시간 이외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부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학원에서 배운 것을 내가 진짜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검증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강사님의 코드를 따라 치다 보면, 그리고 강사님의 코드를 옮겨 적어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보다 보면 강사님이 친 코드와 강사님이 설명해준 내용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고 착각하기가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수업이 끝난 후 혼자 로직을 다시 구현해보거나 배운 내용을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개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만다. 반드시, 반드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라.
마찬가지로 앞서 이야기 한 부분인데, 국비지원 수업은 아무래도 국가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하다보니 개별적인 기술에 대한 수업이 어느정도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학원에 따라, 또 무엇보다도 강사님의 역량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만약 수업을 듣다가 특정 기술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강사님께 여쭤보든 혹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든 해서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servlet을 배울 때 도대체 어떻게 request와 response가 웹과 서버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지가 궁금해서 네트워크와 servlet에 대해 개인적인 공부를 했었고, 여기서 얻은 이해는 이후에 스프링을 배울 때 대단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스프링은 많은 부분이 추상화되고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자바 개열의 백엔드 개발자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학원 수강을 병행하며 스프링에 대한 공부를 본인 스스로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조언해본다. (인프런과 같은 사이트에 양질의 교육자료가 정말 많다.)
마지막으로 국비학원에 대한 선택은 불확실성이 많은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비학원을 알아보던 8월, 많은 학원들을 돌아보며 상담을 받았었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질문 내용들을 뽑아 상담을 할 때마다 물어 보곤 했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비슷했다. 아래에 내가 했던 질문과 내가 들었던 답변들을 적어보겠다.
- 강사님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강사님이 어떤 분인가요? -> 최고죠. 진짜 잘 가르치시는 분이에요.
- 프로젝트는 몇 번 진행하나요? -> (대부분 3번이라고 답변)
- 수료 후 보통 어느정도 취업을 하나요? -> (대부분 70%라고 답변)
- 보통 취업은 수료 후 얼마나 걸리나요? -> (대부분 한달 이내라고 답변 + 학생 본인이 좋은 회사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경우 늘어질 수 있지만 학원에서 잘 케어해준다는 답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겠지만 나는 학원을 알아보면서 학원 선택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국비학원 중 브랜드 학원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지만(예를 들어 비트, 쌍용, kh 등등) 학원 내 수업 분위기랄지, 강사님에 대한 자세한 정보랄지, 학원 수료생들의 투명한 후기랄지 하는 것들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국비학원은 리스크가 있는 선택지다. 최악의 경우, 여러분은 실력 없는 강사와 엉망인 수업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케어하지 않고 방치하는 학원으로 인해 취업에 대한 도움을 얻기는 커녕 많은 좌절을 겪을 수도 있다.
리스크가 많은 선택지를 선택할 때는 최대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을 강하게 잡고 가는 것이 좋다. 학원이 엉망이던, 강사가 엉망이던, 여러분 옆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엉망이던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실력이 강하게 잡혀 있고, 공부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다면 최악에 가까운 학원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제 이야기만을 듣기보다 스스로 많이 검색해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저와는 달리 검색을 잘 해서 좋은 학원에 가신 분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학원의 경우 홈페이지에 강사님에 대한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고, okky나 hrd 사이트를 통해 학원에 대한 후기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실제 수업에서 뵙는 강사님의 느낌이 일치할지, 또 내가 수업을 들을 반의 면학 분위기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히 국비지원만 믿기보다는 스스로 학습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전략적으로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 상황
솔직히 조금 힘들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이다.
원인은 다양할 것 같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연말이기 때문에(글을 쓰는 시점은 12월 14일이다), 늦은 나이에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 시간은 가고, 공부할 양은 점점 많아지고 해서 어서 빨리 취업을 해야 할텐데.. 하는 마음 때문이 아마 가장 클 것 같다.
두 번째로는, 학원이다. 지금 이 글을 학원 사람들이 볼지 전혀 알 수 없지만(이 블로그를 아는 분들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다) 강사님을 비롯한 학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지 않다.
(이 부분부터는 정말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히고 싶다.) 국비학원을 이끄는건 단연 강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사가 정말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강사가 전날 개인 프리랜서 프로젝트로 밤을 새고 와 좀비와 같은 몸으로 흐느적거리며 수업을 하면 그 날 수업은 그대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학생들은 강사의 에너지를 그대로 받기 때문에 8시간동안 그런 초토와 가까운 수업을 듣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런 날은, 하루종일 공부를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학원 개강 후 한달 정도 뒤부터 수업을 듣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생겼고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는 학생들이 생겼다.
나는 학원에 몰래 책을 가져갔었다. 책을 가져가기 너무 눈치가 보일 때는 공부할 양만큼 책의 내용을 캡처해 학원 모니터로 책을 봤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강사님의 수업을 따라가지 않고, 책을 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강사님의 수업은 대충 진도만 따라가고, 혼자 공부를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지금이 됐다. 국비 50%... 강사님은 스프링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했었던 프리랜서 일이 끝이 난건지 아니면 스프링을 그냥 좋아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눈에 띄게 밝게 수업을 하시기 시작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수업에서 얻어가는 부분이 다시 많아지게 됐지만,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켜켜이 쌓였던 작은 스트레스들이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인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따금씩 툭툭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취업을 빨리 하고 싶다는 조급함과 학원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지금의 이 스트레스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학원 간 걸 후회해?
전혀 아니다. 이게 굉장히 치명적인 트레이드 오프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학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생각해보라, 하루에 8시간씩 일주일에 5일을 공부하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학원 수업이 나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정말로 지독하게 '내 공부'에 매달렸다.
또, 나는 강사님의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에 언제든 수업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오늘 학원에서 자바의 컬렉션 프레임워크 중 ArrayList를 공부했다면, 나는 집에 가 혼자 자바의 ArrayList와 LinkedList를 함께 공부했다(한마디로 진도를 더 나간 것이다). 만약 학원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었다면 어떤 개념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공부할 수 있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건 국비지원 학원의 순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학원에서 제시하는 분명한 커리큘럼은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만약 국비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공부를 했었다면, 비전공자인 나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방황 했을 것 같다. 국비학원에 들어간 결과, 자바를 배운 후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스프링과 함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고 그만큼의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론, 현재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학원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고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 다짐 : 장기전, 조금함과의 싸움
뒤돌아보면 지난 3개월의 시간동안 참 많은 양의 공부를 한 것 같다. 당장 4-5개월 전까지만 해도 html이라는게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가 지금은 자바, 데이터베이스, 스프링 등과 같은 주제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이나마) 블로그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몰입적으로 공부를 했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주말에 하루 이틀,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을 가졌던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공부하는데 할애 했으니, 뒤돌아보면 참 많이 바쁘게 달려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만, 요즘을 중심으로 나를 휘몰아치는 이 알 수 없는 조급함, 이건 조금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은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을 할만큼의 실력이 갖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취업을 할 만큼의 배움이 완성될 때까지는 이 조급함이라는 녀석을 현명하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불안하고 또 조급한 요즘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를 믿고 조금 더 힘을 내고 용기를 내서 한걸음 한걸음 성실히 내디뎌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쓰고 보니 훨씬 더 일기... 같은 글이 되었습니다. 나름 기술 블로그를 지향하는데 조금 민망... 하네요...
혹시 국비학원 혹은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아래에 기재된 메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전달해 드릴게요!!
이메일 : jin60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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